본문 바로가기

eco tour

중앙아시아의 스위스, 키르키즈 생태관광 이야기 1

CBT 송쿨 트렉킹 첫째날 숙소 앞 풍경, 보드라운 초록 산등성이와 파란 하늘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키르기스 지역생태관광의 요람, 코치코르를 찾아서

- CBT 송쿨 트렉킹 첫번째 이야기


초록의 카페트를 깔아 놓은 것 같다. 보드라운 산등성이를 따라 푸른 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유롭게 풀을 뜯는 양과 소, 말들이 정겹다.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은 참 순수한다. 파란 하늘 아래 드넓은 푸르름,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은 듯 하다. 키르키즈 중부에 자리한 송쿨 호술로 가는 풍경이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리는 키르기스스탄,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는 송쿨호수에 트렉킹을 하기로 결정했다. 송쿨호수는 해발 3016m에 있는 크리스탈빛 호수로 면적은 서울시 절반 크기의 넓이다.

송쿨로 가는 길에는 포장도로도 없을 뿐 아니라 3200m가 넘는 험난한 산을 굽이굽이 넘어야 한다. 차로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기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송쿨 호수는 아직 개발이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트렉킹 둘째날, 송쿨호수 도착 여유로운 동물들과 에메날드빛 호수에 설렌다.




지역생태관광, 키르기스 CBT


키르기스의 여행을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지역생태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CBT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지역생태 관광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CBT는 Community Based Tourism의 약자로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대안 관광 여행사이다. 그러나 CBT는 여행사라기 보다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사회적기업에 가까운 느낌이다. 


2000년 키르기스의 한 마을에서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이 모여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키르기스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것이 CBT의 첫 시작이었다. 지역 중심의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면서 결국 3년 후인 2003년 1월, 전국단위인 키르기스 지역공동체 기반 관광 협회(Kyrgyz Community Based Tourism Association “Hospitality Kyrgyzstan”,KCBTA)가 설립됐다.

CBT 여행 가이드북과 팜플렛, 여행 책자에는 15개 CBT 지역 관광 안내자 자세히 설명돼 있다.


1990년대 초 소비에트연합이 무너지면서 키르기스 등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개방의 문이 열리면서 미지의 땅에 여행하기 위해 찾아드는 발걸음도 잦아졌다. 이로 인한 개발압력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은 지속가능하면서도 자연환경을 지키고, 또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는 지역 생태 관광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키르기스 여행을 이끄는 중요한 관광 컨셉을 만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자 키르기스 정부도 지원에 나섰고 독일 등 선진국들도 지역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여러 도움을 줬다.


CBT는 지금 키르기스 주요 도시 15곳에 지역 사무실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렉킹과 하이킹, 승마체험 등 관광 프로그램 뿐 아니라 각 지역의 전통 홈스테이도 연계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의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키르기스스탄 CBT의 관광 모델의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렉킹, 어디가 좋을까?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에 있는 CBT사무실, 주소는 Gorky 41이다.



몇 주전, 키르기스 생태관광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수도 비슈케크에 있는 CBT를 찾았다. 몇 일간 트렉킹도하고 전통생활에 대한 체험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왔다고 이야기하니 두 곳을 추천해줬다. 한 곳은 거친 산맥을 따라 험난하지만 천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카라콜 지역이고, 다른 한 곳은 높은 산을 넘어 아름다운 호수를 볼 수 있는 트렉킹이 가능한 코치코르 지역이었다. 두 곳 모두 걸어서 갈 수도 있고, 말을 타고 트렉킹을 할 수 있다 했다. 여행 기간은 1박 2일부터 2주, 한달까지 가능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송쿨 호수로 가는 트렉킹에 마음이 끌렸다. 탁 트이는 경관과 맑은 물이 고여 있는 그 곳에 대한 상상이 마음에 꼭 들었다. 하지만 예약은 이곳에서 하지 않았다. 마음에 결정이 되면 그 지역에 있는 CBT를 찾아가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예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CBT에서 발행한 여행 가이드북도 한권 샀다. 이 책은 키르키스 모든 지역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코치코르로 출발!

비슈케크에서 코치코르 가는길, 왼쪽 아래에 있는 호수가 송쿨.



키르기스의 가장 흔한 운송수단인 미니버스, 마슈르트카에 몸을 실었다. 설레이는 마음도 가득했지만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중앙아시아 지역은 영어로 의사사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곳 사람들은 또 무뚝뚝하다. 만나서 친해지면 한없이 정겨운 사람들이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눈빛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특히 한국사람이 혼자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기에 더 어렵게 느껴졌다.

코치코르행 마슈르트카, 비슈케크 동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514번. 요금은 300솜


비슈케크에서 남쪽으로 4시간을 달려 코치코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송쿨로 가는 트렉킹은 보통 이곳에서 시작한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800m, 비슈케크보다 1000m 가량 높아 차에서 내리니 약간 서늘하다. 마을은 작고 아담하다. 하지만 작다고 우습게 볼 마을이 아니다. 2000년에 키르기스 지역생태관광의 시작을 바로 이 마을에서 했기 때문이다. 



지역생태관광 요람 코치코르 CBT


가까운 숙소에 자리를 잡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코치코르 CBT이다. 일반 주택을 사무실로 꾸며 놓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진과 함께 다양한 설명이 있었다.

코치코르 CBT 간판


코치코르 CBT 사무실 앞, 일반 주택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여행 경비가 어떻게 나누어지는지 설명하는 도표이다. 이들은 여행 수입의 82%를 지역에서 여행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14%를 지역 CBT에서 갖는다. 3%는 세금으로, 1%는 전국단위의 CBT 협회에 들어간다. 이들의 얻는 대부분의 수입이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CBT 수입은 82%가 지역주민, 14% 지역 CBT, 3% 세금, 1% 전국 CBT협회에 들어간다



사무실을 둘러보고 어떤 프로그램에 참가할지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3200m의 산을 넘어 송쿨 호수에 들어가는 2박 3일 트렉킹 코스와 단순히 송쿨 호수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쉬다오는 1박2일 숙박코스가 있었다. 트렉킹 방법도 직접 걸어갈 수도 있고, 트렉킹 기간 내내 말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숙박비에 교통비에 가이드비, 식비까지...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여럿이 함께 간다면 가이드비와 교통비 등을 나눠내기 때문에 일인당 가격은 대폭 낮아지지만 혼자 갈 땐 이 모든걸 다 내야 한다. 갈등하다가 결국 2박 3일로 결정했다. 이왕 온 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제대로 한 번 체험하자는 생각이 앞섰다.
 말을 타고 가고 싶기도 했지만 아직 두다리가 튼튼하니 그냥 걷기로 했다. 


예약을 하고 마을로 나왔다. 7시가 얼마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밖은 환하다. 여기도 여름에는 9시가 훨씬 넘어야 어두워진다. 코치코르는 여느 관광도시와 달랐다.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숙박업소나 다양한 종류의 까페나 바가 없다. 식당에는 그 흔한 영어 메뉴판도 없다. 호객행위도 전혀 없다. 여행하기에 썩 편한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좋았다. 관광객들을 돈으로 보지 않는 아직 자본에 대한 욕심이 덜 깃든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튼 다 헤져가는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어떠한 풍경이, 또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까에 대한 설렘으로 뒤척이던 밤이었다.


코치코르 거리 풍경, 조용하고 한산하다


한번에 다 쓸라 그랬는데 길어져서... 송쿨 트렉킹 이야기 2부에 계속 된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