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는 나눔 순례, 라오스 루앙프라방

라오스 루앙프라방 탁밧

거리로 모여드는 분주한 발걸음들이 적막한 도시의 새벽을 깨운다. 어두운 골목 사이사이에서 무언가를 손에 든 실루엣들이 거리로 바쁘게 걸어간다. 거리 가장자리에는 이미 줄을 맞춰 앉아 있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6시쯤 지났을까.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이 멀리서부터 다가온다. 손에는 음식을 담을 수 있는 항아리인 발우를 하나씩 들고 있다. 곳곳에 자리한 외국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루앙프라방의 탁밧이 시작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쪽은 무릎을 꿇고 음식을 나누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바로 앞에는 맨발로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걸어가는 승려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보시하는 이들은 각양각색이다. 나이 든 할머니부터 젊은 총각에 이르기까지, 머리카락이 노란 서양사람들도 제법 많다.  나눠주는 음식도 밥 뿐 아니라 사탕, 초콜렛, 바나나 등 다양하다. 승려들도 자세히 보면 참 다르다. 포근한 얼굴의 나이 지긋한 스님부터 곧 터질 것 같은 여드름 가득한 사춘기 스님까지, 힘든 표정이 역력한 스님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이곳의 탁밧을 빛나게 하는 것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기품있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군중과 승려들의 웅성거리는 행렬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매일 새벽 배고픈 아이들이 하루를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여기서 얻기 때문이다. 보시하는 사람들의 끝에는 빈 상자를 들고 앉아 있는 어린 아이들이 있다. 승려들은 자신이 받은 음식을 이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지나간다.  아이들의 간절한 눈망울에 희망이 피어나는 시간이다.

탁밧은 도를 닦는 승려가 들에게 동냥하는 일로 우리말로는 탁발이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먹을 것을 구걸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불가에서는 승려가 얻은 음식을 모든 중생에게 베풀고  부처와 성현에게 공양한 다음 먹어야 남이 베푼 음식이 헛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음식을 더 가진 사람은 승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되, 승려는 그것을 먼저 배고픈 사람들에게 베풀고 남는 것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탁밧은 나눔과 비움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경건한 종교행위라 볼 수 있다.

라오스에서 새벽 탁밧은 어느 도시에서나 행해진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 밖을 나가면 많던 적던 탁밧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맨발로 새벽을 헤치고 걸어가는 승려들을 볼 수 있다. 나눔과 비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서일까? 세계 경제지표로는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가난한 나라 라오스의 사람들의 얼굴에서 빈곤과 절망을 읽어내기 어려웠던 까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