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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시

하늘 악기_황금찬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악기가 된다.

천성을 다하여

자기의 음색으로

푸른 하늘에

청청히 울리는

악기가 된다.

 

천년 신라의

옥피리 소리

에밀레 에밀레

종으로 울고

다윗의 거문고로 소리난다.

 

진정 자기의 소리로

허공 드높이 울리지 못하면

그 날 하늘의 악기도

소리를 멎고 만다.

 

진리는 노력 위에 있고

헛되지 않는 이치는

진실 안에 살아 있다.

 

밀면 열리듯이

하늘의 악기는 지금 같은 음계에

놓여 있다.

 

오늘 저 하늘 악기는

누가 울리고 있을까

자기의 음색을 다하여

소리 내는

그 악기가

하늘 악기를

청청히 울리고 있다.

 

[고독과 허무와 사랑과] 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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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아름다움이 있다.

조율이 잘 된, 적절한 긴장과 부드러운 자유과 공존하는 악기 선율은 예술이 된다.

때론 위로가 때론 희망이 때론 행복이 되기도 한다.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자연스런 손짓으로 연주 되는 악기만이 내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기타줄 사이에서, 첼로 활 시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애틋한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빛깔을 다듬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악기는 그냥 소음 유발기가 될 뿐이다.

"진리는 노력 위에 있고 / 헛되지 않는 이치는 / 진실 안에 살아 있다."

고 악기 이야기를 하다말고 뜬금없이 이 싯구를 읊조리는 이유가 이건가 싶다.


하늘 악기를 울리는 악기가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만의 자유로운 빛깔로 자신의 악기를 연주할 때만,

하늘 악기를 울릴 수 있다고 한다. 

자신 속에 있는 악기를 내버려두고,

어설프게 화려하거나 안정되어 보이는 다른 이의 것을 쫓아 

따라쟁이 삶을 살지 말라는 말인가보다.

자신만의 인생의 빛깔을 가지고 뚜벅뚜벅 자유롭게 살아야

감동과 아름다움을 주는 예술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보다.


누구나 하늘과 땅, 사람을 울리는 악기가 될 수 있다.

시인의 바람인지

오랫동안 이 시에 눈길이 머물렀던 나의 바람인지

아니면 부인 할 수 없는 참된 진리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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