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주말농장 하나 없이
아이에게 모진 생태교육만 시켰다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전경들 파도처럼 쫓아오면
바다게들마냥 아무 구멍으로나
얼른 들어가야 한다는 학습
비정규노동자들이 올라간 고공농성장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새들처럼
하늘로 올라가 둥지도 틀 줄 알아야 한다는,
원숭이처럼 어디에라도 매달릴 줄 알아야 한다는 학습
대추리에서 용산에서
못난이들의 집은 언제나
개미집처럼 쉽게 헐릴 수 있다는 학습
쫓겨나지 않고 버티면 죽을 수도 있다는 학습
그래도 잡은 손만은 꼭 놓지 말고
가야 한다는 학습 그렇게 밟히고도
엉겅퀴처럼 다시 일어나 싸우는
질긴 목숨들도 있다는
[사소한 물음에 답함]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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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이 그랬다.
'평화는 고요히 소리없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나누고 힘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고로운 세상이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中에서 -
생태라는 말도 마찬가지일까?
웰빙, 쾌적한 환경, 뭐 그 따위 것들이 아니고,
그 누군가와 함께 아픔을 느끼고 절망을 맛보며 잡은 손 놓지 않고 치열하게 숨을 쉬는 것.
태초부터 완벽한 세상은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예수나 부처나 마호메트나 뭐 그런 부류의 사람들, 신이나 최고의 예언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도 완벽하게 바꾸지 못한 세상이다.
죽어서 천국가기 위해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말만큼이나, 세상이 진보한다는 말을 믿지 않은지 오래됐다.
그렇다고 비관과 허무에 빠지자는 건 아닐터.
희망을 버리자고 하는 말이 아니고,
절망을 나누는 사이, 그 사이에 있는 희망, 바로 그 희망에 삶을 걸어보자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거리에 나서는 생태학습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까.
쓸데없이 머리 굴리거나 정치 권력 잡을 생각 따위 버리고,
아래에서, 현장에서, 자연에서.
함께, 더불어, 같이 울고 웃는 삶.
불완전한 세상, 영원할 수 밖에 없는 폭력의 세기 속에서 억압받는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의 손을 그저 함께 잡고 걸어가며 저항하는 것.
생태, 뭐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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