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기사입력 2009-09-11
동아시아 미군기지 환경문제 국제 심포지엄 열려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는 미군기지 주변 소음저감 대책과 주민피해 구제 정책을 마련하고 최소한 미국내 소음규제 기준 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중서 군산미군기지피해상담소 상담실장은 한ㆍ일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제2회 동아시아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생활과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군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항공시설적정사용지역 프로그램, 시설운영소음 관리계획, 공동 토지 이용 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외국 주둔시 환경관리기준(EGS)의 소음 규정에서 미군 항공기나 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했다.
구 상담실장은 "미국내 소음규제 기준이 해외에 있는 기지에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며 "정부와 주한미군이 주한미군지위협정(한미SOFA)에 소음 조항을 신설하여 소음대책의 수립과 시행, 주민피해 구제와 책임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일미군환경관리기준(JEGS)의 소음 규정도 한국과 같이 미군 항공기와 군함을 예외로 하지만 지자체와 정부가 주민피해를 구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소음대책과 관련해 미군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주민 피해를 구제하고 예방하고 있는 것이다.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미군이 배상하라"
또한 구중서 상담실장은 미군이 주한미군 기지 주변 주민들의 소음피해 소송 결과를 무시하고 사격장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인정되어 주민들이 배상받은 판결은 현재까지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사격장, 군산 미군비행장 등 5건이다.
한국정부는 '미군 주둔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이 보상해야한다'는 한미SOFA 제23조에 따라 주한미군에 배상금의 75%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한국정부는 주한미군에게 비행장과 항구의 모든 시설, 구역 및 통행권을 제공하고, 상당한 경우에는 그들의 소유자와 제공자에게 보상한다'는 내용의 한미SOFA 제5조 제2항을 이유로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주한미군의 소음피해에 대한 보상을 전액 한국정부가 하고 있어 '오염자부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민혁 녹색연합 활동가는 "한국정부가 미국정부에 4차례나 분담금을 요청했지만 주한미군이 훈련 중에 발생한 소음은 피해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거절했다"며 "미국 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들로 인한 피해를 책임지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향리 주민 자살률 한국 평균보다 2~7배나 높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소음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구중서 상담실장은 폐쇄된 지 2년 후인 2007년부터 1년간 매향리 사격장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 주민들의 자살률은 한국 평균보다 2~7배나 높았으며, 고도불안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이는 주민은 각각 6.9%, 15.81%로 다른 지역주민에 비해 9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이어 구 상담실장은 "기지 인근에서 사육하는 토끼가 2008년에만 4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하지만 비행장이나 사격장 소음으로 인한 가축 피해를 배상하도록 조정해주는 환경분쟁위원회가 '주한미군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룰 수 없다'며 주민피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하야시 키미노리 일본 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은 "요코타 미군기지 인근의 5만 명의 주민들이 미군 소음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미 일본 법원은 8차례에 걸쳐 피해 주민들의 손을 들어 줌으로써 미군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인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규모 소송을 통해 비행횟수가 줄어드는 등의 성과는 있었지만 피해는 여전하다"며 항구적인 피해구제 제도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 보낼 것
한편 지난 9일 방한한 일본 참가자들은 11일 인천 캠프 마켓과 강원도 원주 캠프 롱 기지를 방문조사하고, 12일 미군기지 확장 중단을 촉구하는 '2009군산평화대행진'에 참여한 후 13일 출국할 예정이다.
제2회 동아시아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참여한 한ㆍ일 참가자들은 9월 내로 '안보와 평화를 목적으로 주둔하는 미군이 오히려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그 책임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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