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기사입력 2010-04-12
한강살리기사업 6공구 강천보 건설 한창
환경단체 “훼손 심각… 자생지 전수조사를”
“지구상에 단양쑥부쟁이가 자생하는 곳은 남한강변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귀한 식물의 자생지까지 파괴하며 대책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걸 보면 다른 4대강 공사 현장의 환경대책은 어떨지 걱정이 큽니다.”
한강살리기사업 6공구 강천보 건설 현장이 위치한 경기 여주군 강천면 강천1리 남한강변. 지난달 31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대형 덤프트럭 10여대가 꼬리를 물며 강바닥에서 퍼낸 흙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강 바닥을 파내는 포클레인 굉음이 빗소리와 함께 강변을 뒤덮었다. 현장 직원들은 공사장 한편에 자라는 단양쑥부쟁이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대형 공사장비들을 움직이기에 바빴다. 물안개만이 단양쑥부쟁이의 운명을 예고하듯 물 위를 떠돌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남한강변 ‘도리섬 바위늪구비 습지’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멸종위기종 2급인 단양쑥부쟁이 자생지다. 단양쑥부쟁이는 충주댐 건설로 대부분 자생지가 수몰되면서 현재는 이곳 일대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이 식물은 다른 종과는 함께 자랄 수 없으며 영양물질 등이 없는 깨끗한 곳에서 생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지방국토청은 지난해 9월 작성한 ‘한강살리기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단양쑥부쟁이가)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원형을 보존토록 계획하였다”고 밝혔다. 이 지역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도 지난 2월 단양쑥부쟁이 보존을 위해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이중으로 경계선을 쳐 놓았다. 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수공의 단양쑥부쟁이 보존 의지에 의구심을 가질 만한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군락지를 표시한 경계선 밖에서도 단양쑥부쟁이가 무수히 발견됐고, 심지어 덤프트럭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 곳에서도 단양쑥부쟁이는 자라고 있었다. 경계선 안 단양쑥부쟁이가 있는 곳을 나타내는 약 10㎝ 크기의 나무토막도 일부에만 박혀 있었고 군락지 근처에서는 공사가 수시로 이어졌다.
공사 현장을 감시하고 있는 녹색연합 황민혁 팀장은 “원형을 보존하려면 먼저 단양쑥부쟁이 자생지에 대한 전수 조사가 면밀히 진행돼야 한다”며 “수공이 쳐 놓은 경계선 밖에서도 단양쑥부쟁이가 수없이 발견되는 걸 보면 조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공은 또 “공사장 주변 단양쑥부쟁이는 생태이식을 하거나 집중 자생지와 유의성이 매우 높은 대체지로 이식해 보존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들은 “단양쑥부쟁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공은 삼합리와 강천리에 있는 단양쑥부쟁이를 현재 군락지보다 서북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 강가로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이곳은 느티나무 군락지일 뿐 아니라 물이 차 있는 곳이어서 다른 종과 섞이지 못하는 단양쑥부쟁이의 생육지로는 부적합하다는 게 환경단체 측 주장이다.
여주환경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단양쑥부쟁이는 영양물질이 없어진 자리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고 사람이나 다른 자연의 손길이 닿는 순간 죽어버리는 특징이 있다”며 “수공이 제시한 대체지는 이에 대한 검증이나 연구가 전혀 되지 않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공 강천보건설단 박철규 대리는 “생태전문가들이 공사 현장 주변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예정 대체 이식지에 대해서도 한강유역환경청의 평가가 나오면 다시 한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주=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http://www.segye.com/Articles/NEWS/SOCIETY/Article.asp?aid=20100412004015&subctg1=&subct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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