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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운동/뉴스 인터뷰

“미군기지 땅 4m 파내도 기름 범벅”

경향신문 기사입력 2009-12-27



ㆍ파주 ‘반환 3곳’ 정화작업 현장 가보니


지난 24일 오후, 경기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캠프 에드워드. 


미군이 반세기 만에 반환한 기지 담장 너머에서는 중장비가 동원돼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기2청 특별대책지역과 직원들이 이곳을 찾았다. 경기북부 지역 반환미군기지 3곳의 환경정화 작업 현장을 특별점검하기 위해 첫번째로 이곳을 들른 것이었다. 


토양오염이 심각한 이곳은 반환 전에 유류 저장탱크가 있었다. 2001년과 2002년 유류 저장탱크 지점에서 수만ℓ의 휘발유 유출사고가 발생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하지만 면밀하게 현장을 점검한 직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일부 기지는 토양 오염이 예상보다 심해 예정된 기간 내에 치유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별대책지역과 관계자는 27일 “캠프 에드워드 유류저장탱크 아래 지점은 붕괴를 막기 위해 철제로 기둥을 세우고 지난 10월부터 폭·길이 각각 10m가량을 파내려 간 상태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여전히 기름냄새가 풍겼다”고 전했다.


“이 지점에서 북쪽으로 30~40m 떨어진 곳 역시 지금까지 깊이 3~4m를 퍼냈지만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곳곳에 남아 있었어요.”


그는 또 “이 기지에서는 오염토양 외에 미군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째로 땅 속에 묻거나 아스콘을 걷어내지 않은 채 흙을 덮어놓은 현장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7년 환경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이 기지의 경우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전체 면적의 8.3%인 2만1000㎡에 이르렀다. 


이 에드워드 기지에는 이화여대 파주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이며, 일정에 따라 다음달 15일까지 작업을 마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점검결과에서 토양오염이 예상 밖으로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기간 내 마무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캠프 에드워드의 현장조사 결과 오염 상황과 완벽한 환경치유 작업 등을 감안할 때 예정된 기간 내 마무리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검단이 두번째로 도착한 곳은 파주시 조리읍 캠프 하우즈. 현재 울타리가 설치된 이곳에는 미군부대 소방서와 차량 정비부대가 있었다. 반환 이후엔 근린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점검단이 들어섰을 때 대형 트럭들이 오염된 흙을 부대 안에 설치된 정화 작업장으로 연신 실어 나르고 있었다. 트럭에 실린 흙과 돌덩이는 멀리서 봐도 정상적인 것들보다 눈에 띄게 검은 빛을 드러냈다. 정비부대 터는 검은색 토양이 아직까지 넓게 깔려 있었다. 


이곳에서 미군부대 안으로 옮겨진 오염토양은 야구장 부지에 설치된 대형 비닐하우스에서 미생물을 섞어 경작(耕作)하는 방법으로 정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2청 관계자는 “기지 안에는 철거한 건축물들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오염토양 정화작업이 진행 중인 비닐하우스에 들어서면 메케한 기름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말했다. 이 기지에서도 2000년 8월에 연료탱크와 연결된 송유관이 파손돼 경유 2000여ℓ가 유출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파주시 광탄면 캠프 스텐톤. 이 기지에서는 오염 정도가 매우 심한 토양이 반입돼 열처리 방식으로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날에는 마을에서 기름냄새가 난다”고 전했다. 경기2청 관계자는 “기름냄새로 인한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예상되는 만큼 오염된 토양을 쌓아놓은 흙더미에 비닐을 덮고 작업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반환된 미군기지는 총 23곳. 이 가운데 한국군이 계속 사용할 6곳을 제외한 16개 기지에 대해 환경치유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원래 2000년 환경조항이 신설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기지의 환경정화 비용을 주한 미군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군 측이 미 국방부 내부지침이 정한 ‘급박한 오염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처럼 미군 측이 버티자 정부가 미군과의 미합의 상태에서 정부 예산으로 정화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환경 조사 및 치유예산으로 2009년 342억원을 사용했으며, 내년에는 812억원을 편성해 놓고 있다. 


녹색연합 녹색사회국 황민혁 간사는 “국방부가 반환 미군기지 환경치유 예산으로 1900여억원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미 정화작업 과정에서 30%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며 “앞으로 남은 40여개의 미군기지까지 감안한다면 치유 비용은 1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상호기자 shlee@kyunghyang.com>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0912271726465&code=9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