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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운동/뉴스 인터뷰

여주 도리섬 '단양쑥부쟁이 군락' 훼손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0-04-14


(여주=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어, 단양쑥부쟁이가 있는데 준설작업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14일 정오께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섬. 환경영향평가상으로는 삼합리섬으로 불리는 이곳을 찾은 녹색연합 황민혁 간사와 환경단체 회원 6명이 다급하게 공사중단을 외치며 준설작업을 하고 있던 굴착기를 막아섰다.


도리섬은 세계적인 희귀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는 곳. 한때 멸종됐던 것으로 알려진 단양쑥부쟁이는 2005년 남한강 중.상류에서 발견됐다.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4대강범대위)가 이틀 전 수자원공사에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이므로 개체 보존을 위해 원형보존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수공이 원형보존을 약속했던 곳이기도 하다.


수공의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도리섬을 다시 찾은 4대강범대위 관계자들은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가 파괴되는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


불과 이틀전만해도 단양쑥부쟁이 서식지의 일부였던 곳이 5-6m 깊이로 20여m 가까이 파헤쳐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현장에서는 커다란 굴착기 한대가 자신의 키 높이보다 높은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를 파헤쳐 가고 있었다.


굴착기 삽이 미처 지나가지 않은 서식지 주변에는 자갈과 모래 사이에 2년생 단양쑥부쟁이가 군데군데 자그마한 몸집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굴착기가 파내려가 간 곳에서 1-2m도 떨어져 있지 않아 금새라도 사라질 것처럼 위태로와 보였다.


공사현장 바로 옆 수공이 보존하겠다고 약속했던 단양쑥부쟁이 원형보존지에는 푸른색 깃발이 꽂혀 있고 줄이 처져 있어 굴착기의 삽을 피할 수 있다.


며칠전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에 속하는 파충류인 표범장지뱀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표범장지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황 간사는 "도리섬에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고 있음을 수공에 알렸고 수공이 원형보존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단양쑥부쟁이가 처참하게 잘려나가는 현장을 보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4대강 사업을 허가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도리섬에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이 서식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만큼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적으로 진행됐고 공사도 마구잡이식"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도리섬 단양쑥부쟁이 공사 현장에는 4대강범대위 활동가 7명이 남아 공사진행을 막고 있다.


4대강범대위는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을 상대로 야생동식물보호법위반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환경영향평가에서 여주 바위늪구비(강천섬)와 점동면 삼합리 일대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에 대해서만 원형보존하거나 대체 서식지로 옮겨 심으라고 지시한바 있다.


단양쑥부쟁이 서식지 주변에서는 현재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둑을 쌓고 자전거길과 산책로 등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를 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hedgehog@yna.c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3223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