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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운동/뉴스 인터뷰

방진·방음막도 없이…4대강 ‘편법공사’

한겨레 기사입력 2010-05-31


한강구간 16개 준설토 적치장중 15곳 설치안해

환경성검토·소음관리법 위반…주민 불편 심각

정부, 시공사 감독소홀 논란 커지자 “조처 예정”


“낮에는 흙먼지가 날려서 빨래도 못 널고, 밤에는 24시간 공사 때문에 잠도 못 잡니다.”


경기 여주군 흥천면 귀백리에 사는 맹성재(43)씨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한강 3공구 준설토 적치장 근처에 산다. 남한강에서 파낸 준설토를 실은 덤프트럭들이 맹씨 집 앞에 오기 시작한 건 지난 4월말이었다. 그뒤 한 달만에 맹씨 집 앞엔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는 높이 20미터의 ‘노란 산’이 생겼다.


‘4대강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범대위)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한강사업 구간에서 운영 중인 16개 준설토 적치장을 조사했더니, 공사장 소음과 준설토 먼지를 방지하는 방음막과 방진막을 제대로 설치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범대위는 “여주군 강천면 적금리 적치장에 일부 설치된 것을 제외하곤 16개 준설토 적치장 가운데 15곳에 아예 방음·방진막이 없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1월 환경부가 ‘한강살리기 적치장 개발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를 통해 이들 적치장에 설치 위치까지 제시하면서 방음·방진막을 세우도록 지시했지만, 시공업체가 이를 어긴 것이다. 건설장비를 5일 이상 사용할 때 방음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소음진동관리법에도 어긋난다.


지난 28일 <한겨레>가 한강 구간을 둘러본 결과, 여주군 흥천면 귀백리뿐 아니라 북내면 가정리, 대신면 가산리의 적치장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씩 모래먼지가 날려왔고, 모내기를 한 인근 농경지는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맹씨는 “보름 전에 민원을 냈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민혁 4대강범대위 활동가는 “적치장 높이가 20미터 이상이어서 비가 오면 붕괴사고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감독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은 올해 현장 점검을 5차례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그 가운데 4차례는 언론이 단양쑥부쟁이 등 멸종위기종 훼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31일 해명자료를 내어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따라 준설토를 적치하지 않은 곳에는 방음막을 설치하도록 환경부가 행정조처할 예정”이라며 “적치장 이행점검도 연 1회에서 분기 1회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34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