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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새의 기도_이해인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을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 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1999년 --------------------------------------.. 더보기
포스터 속의 비들기_신동집 포스터 속에 들어 앉아 비둘기는 자꾸만 곁눈질을 한다 포스터 속에 오래 들어 있으면 비둘기의 습성도 웬만치는 변한다 비둘기가 노니던 한때의 지붕마루를 나는 알고 있는데 정말이지 알고 있는데 지금은 비어버린 집통만 비 바람에 덜럭이며 삭고 있을 뿐이다. 포스터 속에는 비둘기가 날아볼 하늘이 없다 마셔볼 공기가 없다. 답답하면 주리도 틀어보지만 그저 열없는 일 그의 몸을 짓구겨 누가 찢어보아도 피 한방울 나지 않는다. 불 속에 던져 살라보아도 잿가루 하나 남지 않는다. 찍어낸 포스터 수많은 복사 속에 포스터 다친 데 하나 없이 들앉아 있으니 차라리 죽지 못해 탈이다. [사상계] 1967년 7월 ------------------------------------------------- 얼마나 답답할까. 포스터 .. 더보기
천년의 바람_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천년의 바람] 1975년 --------------------------------------------------------- 바람은 천년동안 소나무를 간지럽히고 있다. 어제나 오늘이나 그렇게 모든 생명들을 부드러운 손길로 감싼다. 지치지도 않고 세상 구석구석에 상쾌한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바람 없는 지구를 상상할 수 있을까. 바람의 되풀이되는 무던한 움직임이 있어야 탁한 공기를, 먼지를 씻어낼 수 있다. 묵묵히 불어오는 바람으로 세상의 생명들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