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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시델렉 안녕하세요. 티벳 사람들은 따시델렉으로 인사를 한다. 회색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가 그들을 닮았다. 멀쩡한 나라를 빼앗긴 그들의 상황을 떠오르게 하는 빛깔, 회색 그러나 그들은 조용히 타고 올랐다. 그 벽을 말 없이, 묵묵하게. 오르고 올라, 언젠가 타고 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중국은 전쟁을 걸어왔지만, 그들은 평화로 대답했다. 땅을 빼앗았는진 몰라도, 정신을 빼앗을 순 없었다. 그들은 인류 사회의 스승이 돼 버렸다. 세계가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 비오는 날 다람살라에서 만났던 그 주름진 투명한 눈빛들이 문득 떠오른다. Free Tibet! 따시델렉 카페 앞에서. 더보기
하늘 악기_황금찬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악기가 된다. 천성을 다하여 자기의 음색으로 푸른 하늘에 청청히 울리는 악기가 된다. 천년 신라의 옥피리 소리 에밀레 에밀레 종으로 울고 다윗의 거문고로 소리난다. 진정 자기의 소리로 허공 드높이 울리지 못하면 그 날 하늘의 악기도 소리를 멎고 만다. 진리는 노력 위에 있고 헛되지 않는 이치는 진실 안에 살아 있다. 밀면 열리듯이 하늘의 악기는 지금 같은 음계에 놓여 있다. 오늘 저 하늘 악기는 누가 울리고 있을까 자기의 음색을 다하여 소리 내는 그 악기가 하늘 악기를 청청히 울리고 있다. [고독과 허무와 사랑과] 1986년 ------------------------------------------------- 감동과 아름다움이 있다. 조율이 잘 된, 적절한 긴장과 부드러운 자유과.. 더보기
라일락꽃_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2011년 --------------------------------------------------------------- 때론 너무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삭막한 사회가, 불합리한 세상이, 그리고 그걸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배신이라도 당했다던가,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무능력하다는 생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스며들 때,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증오는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