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te/시

장식론1_홍윤숙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 보면

쇼우윈도우에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을까

이 피에로 같은 생활의 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으로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 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 손이

물기 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처럼 쓸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현대문학] 124호, 1965년 4월


--------------------------------------------------


시인이 말하는 젊음은 무엇일까?

생물학적인 나이를 뜻하는 것일까?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놀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빛나는 장식을 잃어버리며 왔다는 말은 무엇일까?

남자는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면 무엇을 하나씩 달아가는가?

빈 자리를 채우는 장식의 의미는 무엇인가?


'note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_함석헌  (0) 2012.09.14
저항_천양희  (0) 2012.08.19
가난한 새의 기도_이해인  (0) 2012.01.26
포스터 속의 비들기_신동집  (0) 2011.12.30
천년의 바람_박재삼  (0) 201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