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색운동/보도자료 작성

미군에게 면죄부 주고 반환 기지정화비용은 한국이?!

- 명확한 정화기준 없이 위해성평가 도입은 혼란만 가중되고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것 
 - 미군에 국내법 기준으로 정화할 것을 요구해야


지난 3월 19일, 환경부․외교통상부․국방부는 반환 예정인 40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 치유에 대한 협상 결과, 반환미군 환경 치유에 관한 합의서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이하 부속서A)'를 수정․보완하여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 : Joint Environmental Assessment Procedure)」를 합의·채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주요 합의 사항은 반환 전 미군기지에 대한 한미 공동 환경 현장 조사기간을 50일에서 150일로 연장하고, 올해 중으로 7개 기지의 환경 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 쟁점 사항인 치유 기준과 환경 정보 비공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위해성 평가 도입’과 ‘특별합동위 추가 조정 절차’를 마련하여 미군이 정화 책임을 회피 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하게 되었다. 지난 2003년 마련된 부속서 A 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반환 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올 해 미군기지 반환 절차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모호한 환경치유 기준 - 한국이 오염정화 비용 떠안을 가능성 커 

이번 협상은 결국 한국정부가 미군에게 오염 정화에 대해 면제부를 준 셈이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국내 환경법 정화 기준에 의한 치유 요구를 포기하고, 미군이 주장했던 애매모호한 KISE 조항에 맞춰 ‘위해성 평가’ 제도 도입을 공식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위해성 평가’는 오염 정화 비용과 노력을 절감하기 위해 토양과 지하수 내의 오염 물질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하여 정화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위해성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토양오염에 대한 위해성평가는 토양에서 대기로 확산되는 오염물질의 흡입, 토양에서 지하수로 용출된 오염물질 섭취, 토양 자체의 섭취와 접촉 등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말한다. 따라서 오염물질의 특성뿐만 아니라 수리지질학적 자료, 토지이용용도, 수용체의 특성 등 현장특성 자료가 충분해야 객관적 자료를 만들 수 있다. 노출평가시 사용되는 노출인자값은 평가대상에 따라 다른데, 특히 체중, 노출면적 등 인체와 관련된 수치는 국가별, 성별, 연령별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평가대상 대표값이 필요하나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자료가 태부족하다. 현재 뿐만 아니라 향후의 토지이용을 예측하여 인체의 노출정도 및 경로 등을 평가해야 하므로 불확실 요소가 너무 많다. 부지 이용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위해성평가 자체에 대한 문제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당장 7개 기지에 대한 위해성 평가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미군기지 반환을 진행시키기 위해 부족한 현장 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졸속적으로 미군 입맛에 맞는 조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는 위해성 평가는 조사자가 정한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객관적 자료라는 틀로 미군에게 정화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장치가 되어,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환 전에 위해성평가를 적용해 정화가 되더라도 반환된 후에는 국내법 기준에 맞춰서 다시 정화를 해야 한다. 2007년 23개 미군기지를 미군이 바이오슬러핑 등을 실시했다고 했지만 국방부가 다시 예산을 투입해 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해성 평가 방식이 도입되어도 한국 입장에서 어차피 국내법으로 정화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또 한미간 정치적 현안이 치유 수준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커졌다. 원칙적으로 치유수준은 양측의 환경 담당관으로 구성된 환경분과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특별합동위에서 최종 치유 수준을 조정할 경우 오히려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화 기준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실제 2007년 반환 된 23개 미군기지 환경 정화에 대한 협의가 환경분과위에서 SPI 회의로 넘어가면서 심각하게 오염된 미군기지를 한국 정부가 그대로 떠안게 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05~2006년까지 23개 미군기지에 대한 반환 협상에서 환경부는 줄곧 미군이 국내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비록 정치적 협상의 결과로 일방적으로 미군의 주장대로 반환되었지만,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주한미군도 국내법을 지켜야 한다는 환경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는 오히려 위해성 평가를 적극 검토하면서 실체도 없는 KISE를 인정한 꼴이다. 그동안 미군에게 KISE 근거 보고서를 요구했으나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군 내부에서도 개념이 모호해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을 정도다. 환경부 마저 국내법 준수 이행 요구를 철회한다면 법 집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환경부 협상 자세는 훨씬 후퇴했다.  

정보 비공개 조항 여전히 존재  
이번 협상 결과, 환경 정보 비공개 조항은 삭제되거나 수정되지 않았다. 이미 국내 사법부의 최종심 판결에 의해 비공개 할 근거가 사라졌고, 2007년 국회 환경노동위 청문회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점으로 지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관한 자료는 부속서A 7조 ’한미 양측이 승인해야 공개할 수 있다‘는 근거를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되었다. 하지만 지난 2월 26일, 대법원은 환경부가 이 조항을 근거로 반환 미군기지 환경 정보를 비공개한 것은 위법이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부속서 A 는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은 바 없고, 환경조사 및 오염치유와 관련한 조사와 정보의 교환을 위한 내부 지침 성격의 합의서로써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수 없으므로 국내 정보공개법 의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보 비공개 조항은 200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등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등은 이 조항을 근거로 청문회에서마저 국회의원들에게 자료를 누락시키거나 열람만 허용하는 방식을 취해 큰 비난을 받았다. 비공개 조항이 삭제되지 않아 앞으로도 여전히 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철저히 은폐되어온 밀실 협상 

지난 해부터 미군기지 반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감지되었지만, 정부는 공식 답변을 계속 회피했다. 2007년 청문회 이후 환경부는 앞으로 협상 전략을 만들겠다면서 SOFA 환경포럼을 운영하고, ‘반환된 미군기지의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다.  그러나 핵심 협상 카드였던 ‘반환된 미군기지의 위해성 평가 결과 보고서’는 환경부 장관이 나서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일부 환노위 의원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완전히 은폐된 밀실 협상이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근거로, 어떤 경위로 위해성 평가 기준을 도입하게 되었는지 어리둥절하다. ‘반환된 미군기지의 위해성 평가 결과 보고서’는 이미 반환된 미군기지를 위해성 평가 방식을 적용해 본 것으로 국내법을 기준으로 했을 때와 위해성 평가 방식을 비교할 수 있는 있는 자료인데 환경부는 이 자료를 숨기고 있다. 2003년 부속서 A를 마련해 앞으로 반환될 미군기지 오염정화는 미군이 한다고 장담하던 정부였지만, 오염 정화 비용을 떠안게 된 것은 밀실 협상으로 일관한 탓도 있었다. 국회에서 청문회까지 열려 밀실 협상을 지적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SOFA개정 없는 추가 반환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져  
국방부가 2014년까지 반환 받을 예정이라고 밝힌 40개 미군기지는 여의도 면적(2.95km2)의 총18배에 달한다. 문제는 반환 예정 기지들은 이미 반환 받은 기지들보다 지난 10년간 기름유출오염 사고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12차례, 원주 캠프 롱과 캠프 이글은 4차례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지금도 녹사평역, 캠프 롱 외곽지역, 캠프 킴 외곽지역은 미군기지 내부의 기름 유출사고로 인해 기름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다. 

이번 협상 결과를 두고 외교통상부는 “어느 쪽이 비용을 부담하게 될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고 하지만, 이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근본적인 SOFA 환경 조항 개정 없이는 최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환경 정화 비용을 국민의 혈세로 지불하게 될 것이다. 오염자 부담원칙을 지켜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SOFA 개정이 이루어진 후 미군기지 반환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의 ‘존중’에서 ‘준수’로 개정 - SOFA 협정 합의의사록 제3조 제2항에 관하여
SOFA 협정 합의의사록에는 한미 양국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정하며, 합중국 정부는 자연환경 및 인간건강의 보호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이 협정을 이행할 것을 공약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 신설 후 2001년 원주 캠프 롱 기름 유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겠다던 미군측은 반환기지 환경문제를 대하면서, 대한민국의 환경법령이나 기준을 ‘존중’하는 것일 뿐 ‘준수’의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NATO-독일 보충협정 53조에 의해 독일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반환기지 정화 의무 없다는 미국의 주장은 위법 - SOFA 제4조 개정
미군측은 시설의 반환 시 원상회복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SOFA 협정 제4조를 주한미군이 야기한 어떠한 환경오염에 대하여도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이 규정들은 합중국군대에게 그 공여받는 바의 시설과 구역을 오염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환경오염을 방치한 상태로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석하였다. 따라서 이 조항에 ‘환경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 애매한 정화기준을 ‘한국법’으로 고쳐야 - 특별 양해각서의 개정
미국은 미군기지 환경정화 책임을 회피할 도구로 양해각서에 명시된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KISE)’에 대해서만 치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KISE는 정확한 판단 기준과 근거가 없는 모호한 개념이다. 따라서 협상 과정의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SOFA 협정에 대한민국 정부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는 취지에 맞게 한국법에 따라 반환된 기지들을 정화, 치유하도록 양해각서를 개정하여야 한다.  

○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보 비공개 조항은 삭제되어야 - 부속서의 개정
지난 2월 26일, 대법원은 환경부가 정보 비공개 근거로 든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는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은 한미간 합의서로 정보공개법에 의하여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외교 협상에 불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앞으로는 반환 예정 미군기지 오염조사 결과를 포함해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따라서 비공개 조항으로 작용했던 7조는 삭제되어야 한다. 


2009년 3월 25일

   녹  색  연  합 ▪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