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사입력 2010-07-18
집중호우 여파 첫 공사중단
수공 “매뉴얼 따라 물채워”
장마철 집중호우로 ‘4대강 살리기’ 공사의 낙동강 일부 현장이 물에 완전히 잠기고 준설토가 일부 휩쓸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 공사가 처음으로 중단됐다. 대규모 수질오염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최소한 법정홍수기(6월21일~9월20일)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17일 경남 지역에 내린 200㎜ 안팎의 큰비 때문에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건설 현장은 17일 오전 10시50분께 강물이 5m 높이의 가물막이 벽면(시트파일)을 넘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4시50분께 경남 합천군 청덕면 합천보 건설 현장도 8m 높이의 가물막이 벽면을 강물이 넘어오면서 물바다로 변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집중호우가 내리기 직전 함안보의 대형 크레인 1대를 제외한 중장비와 자재를 철수시키고 공사를 중단했다. 또한 갑자기 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가물막이 안에 물을 넣는 조처를 취했다. 하지만 공사장 곳곳의 시설물과 임시 적치 중인 일부 준설토가 쓸려내려갔고, 상부에서 흘러온 오탁방지막 등 장비들과 폐기물들이 강물 위를 떠다녔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홍수기에는 가물막이를 완전 철거하고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보 건설 공사를 제외하곤 준설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공사 현장에서 기습적인 폭우에 대응하는 능력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침수 상황을 모니터링한 황민혁 녹색연합 활동가는 “보 공사 현장이 침수되기 전까지 인부들은 현장 장비와 자재들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18일 함안보 하류 500m 지점의 준설토 적치장을 둘러본 결과, 이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토사를 걸러주는 침사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들어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준설토 적치장이 큰비에 쓸려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낙동강 수질이 오염되는 것은 방치한 꼴”이라며 “환경영향평가 지시사항을 어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낙동강 다른 구간의 둔치에 쌓아둔 준설토도 가까스로 유실 위기를 넘겼다. 정부는 둔치에 쌓아둔 준설토를 홍수기 전에 치운다고 밝혀 왔지만, 적치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뒤늦게 구해 일부는 여전히 둔치에 남아 있는 상태다. 배종혁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18일 낮 낙동강 20공구(의령군 낙서면)에서 인부들이 둔치의 준설토를 급히 제방 밖으로 퍼내고 있었다. 비가 조금만 더 왔으면 준설토는 쓸려내려갔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합천보와 함안보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목표 공정률이 35%이지만 현재 실질 공정률은 각각 31%, 29%에 그쳐, 공사 현장은 공기 준수 압박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는 “합천보와 함안보 건설 현장은 홍수기 자체대응 매뉴얼에 따라 상류 지점인 경북 쪽 현풍과 합천 적포교의 수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인공적으로 물을 채워 피해를 막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창녕/최상원 기자, 남종영 기자 csw@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308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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