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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운동/뉴스 인터뷰

청와대 단양쑥부쟁이 ‘불법 재배’

한겨레 기사입력 2010-07-28

 4대강추진본부·박재완 전 수석, 증명서 없이 분양 받아

논란 일자 서류발급…환경단체 ‘야생동식물법 위반’ 고발


지난 6월18일 오전, <연합뉴스>에 이런 기사가 떴다.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사무실에서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를 재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양쑥부쟁이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훼손돼 공사 중단 조처가 내려지는 등 4대강 사업의 반환경성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기사는 박 전 수석 측근의 말을 빌어 “물만 줘도 잘 큰다… 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멸종위기종이 청와대에서 재배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환경단체들은 단양쑥부쟁이가 어떤 경로로 청와대로 갔는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와 환경부에 문의했다. 멸종위기종의 유통과 보관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4대강추진본부는 당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 “단양쑥부쟁이는 대체서식 연구용을 관찰 목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인공증식 증명서가 발급 완료”됐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4대강추진본부의 해명은 거짓이었다. ‘4대강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4대강범대위)가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인공증식 증명서는 <연합뉴스> 보도가 나온 그날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4대강추진본부는 답변서에서 “직원 교육 목적으로 황학산수목원에서 인공증식한 단양쑥부쟁이 1만개체 중 5개체를 지난 5월 중순 반입했다”며 “3개체는 수목원에 반납하고 2개체는 6월18일 인공증식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멸종위기종을 증식해 일반에 분양하려면 야생동식물법에 따라 인공증식 증명서를 발급받게 돼 있다. 박 전 수석처럼 분양받아 보관하는 사람도 증명서 복사본을 지녀야 한다. 정황을 살펴보면, 청와대의 단양쑥부쟁이가 문제가 되자, 4대강추진본부가 나서 증식기관인 황학산수목원에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도록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황학산수목원의 관계자도 “4대강추진본부에 (단양쑥부쟁이를) 빌려준 상황이라서 문제 소지가 있어서 인공증식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4대강범대위는 28일 박 전 수석과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을 멸종위기종 불법 유통·보관 혐의(야생동식물법 위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황민혁 4대강범대위 활동가는 “인공증식 증명서조차 없이 단양쑥부쟁이를 외부로 반출한 것”이라며 “정부가 뒤탈이 없도록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황학산수목원은 일반 수목원과 달리 멸종위기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어서 증명서를 사전에 발급받지 않은 것”이라며 “증명서를 나중에 발급하더라도 야생동물법상 처벌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324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