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부서졌던가
흘러갔던가
어미 마음으로 포근히 감싸며
핏빛 상처를 금빛으로 여미는 보드라운 살결은
언제부터였던가
물떼새 알 보듬는 소리 사이로
살며시 잰 헤엄치는 어린 물고기들은
어디서 왔던가
행여 닿지 못하고 스쳐갈까
온몸 구부리며 흐르는 애달픈 심정은
무엇이었던가
강은 왜 그렇게
흘러야 했던가
아슬하게 번뜩이는 기계 발톱으로
차갑게 끊어대는 혈관 속 더운 생명 줄기는
이제 어떻게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아물지 못하는 상처에 가득 채우려는
씻길 수 없는 더러운 욕망은
누구의 심장을 터뜨리려는 것인가
가슴 한 가운데 박아 넣는
거대한 잿빛 콘크리트 댐, 그 비석은
누구의 죽음을 기억하려는 것인가
버드나무 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살가운 모래는 왜 그 아득한 언저리에서부터
고고히 부서지며 흘러왔야 했던가
강은 왜 그대로
흘러야만 하는가
명분 없는 댐 공사로 수몰 위기에 처한
가슴 시린 내성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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